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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리뷰] 싫존주의자 선언

sungtae 2021. 5. 23. 12:34

"저자의 책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나의 의견도 저자의 존중을 받기를 바란다"

'싫존주의'라는 단어는 '싫어하는 것도 존중해달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서로 좋아하는 것이 달라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말이 참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1장. 싫존주의자 선언'을 읽어보면 다음 내용들과 같은 꼰대 문화라고 해야 하나?
나도 받아들이기 싫은 내용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 '괜찮아지기로 했다' 식의 조언이 먹히던 시기는 지났다.
   현실은 변하지 않는데 다들 나에게만 정신 승리를 하라고 한다.
- '충조평판하지 않기'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라는 거다.

그런데 '2장. 정의로운 예민함이 필요한 순간'을 읽으면서부터
저자의 글에서 불편함과 아쉬움을 느꼈다.

존중의 사전 의미는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이다.
그런데 그 존중이 저자처럼 세상의 부조리를 싫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 걸까?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생각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저자가 세상의 잘못됨 혹은 부조리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나오는 예시 중에 저자가 부모님과 정치 성향이 달라서 큰 다툼을 한 이후에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부모님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저자가 부모님을 설득하고 싶었다면, 논리적으로 접근한 방법이 맞았을까?
저자는 '부모님의 논리 없는 감정에 판단한 결정' vs '본인의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에 판단한 결정'이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읽었던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옳다고 혹은 틀리다고, 좋다고 혹은 나쁘다고 여길 때 이를 결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감정이다.'
'감정은 개인의 견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감정이 먼저 작용하고 그다음에 그 감정에 들어맞는 사실, 자신이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실을 찾기 시작한다.'

감정에 판단한 부모님이 잘못되었고, 논리적으로 판단한 본인은 옳다고 단정 지어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태도일까?
물론 나의 정치성향은 저자와 같은 방향이고 저자의 부모님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잘못된 판단을 하는 사람을 옳은 길로 이끌어야 해'라는 마음가짐이 강한 것 같다고 느껴졌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야 좋은 설득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감정으로 판단하는 부모님이라면 논리로 설득하기보다 감정을 건드라는 방법이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저자가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기를 원한다면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싫은 건 '싫다'라고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때 세상이 좀 더 나아진다고 믿는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다른 생각과 의견을 말해도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세상이 나아가면 좋겠다.
그런데 아직 성숙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면 싫고, 아님을 말할 때 상대방을 조금 덜 불편하게 말하는 배려를 함께 보여준다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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