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행복의 기원

"행복을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을 시작했지만, 마무리까지 새롭지는 않았다."

저자는 이 책과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다른 책과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 다른 책은 HOW(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를 이야기한다면, 이 책은 WHY(왜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를 이야기한다.
2. 이 책은 행복의 이성적인 면보다는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3. 행복에 대한 통상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책을 읽어보면 첫 번째, 두 번째 항목은 맞는 것 같은데, 세 번째 항목은 그다지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저자는 이 책의 초반부에서 인간이 왜 행복/불행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

- 인간은 동물이다.
-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다.
-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즉 행복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타고난 유전적인 요소가 이러한 본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

-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
-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 미쳐 생각하지 못하는 요인은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면,
행복에 관한 조언을 하더라도 그것이 의미 없는 조언 혹은 잘못된 조언이 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행복의 증상을 원인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긍정성 또한 행복한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확실히 기존의 책들과 다르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저자의 말처럼 유전적인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행복해지려는 노력이 의미 없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순히 우리의 잘못된 지식을 고치고, 우리에게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조언을 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면 이 책을 사서 읽으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도 그런 식으로 마무리는 하지 못하고,
행복을 느끼는 이유가 생존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전제조건은 유지하고
어떤 상황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모든 동물의 생존 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지기 때문이다.
- 사회성은 인간의 생사를 좌우하는 가장 독보적인 특성이다.
  인간의 본성을 압축한다면 'The ultimate SIOCIAL machine'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 한국인이 하루 동안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두 가지로 나타났다. 먹을 때와 대화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즉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을 분석하는 시각은 달랐지만,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결론이 났다.

책이 두껍지 않아서 읽는 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행복과 관련된 기존의 연구는 틀에 박힌 잘못된 연구라고 단정 짓는 식의 내용이 종종 나와서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저자의 주장도 모두 맞지 않는 것 같은데'라는 삐딱한 시각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 같다.
그냥 혼자서 할 수 있을만한 방법을 알려주면 시도라도 할 텐데
전제조건 자체가 쉽지 않으니...
역시 행복은 나와 멀리 있는 것 같다.